올해 초, 경주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불국사 앞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습니다. 왠지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낸 것 같았는데 누구인지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동행한 지인이 " 저기 배창호 감독 아닌가?"라고 이야기해서 갑자기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 제작)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 영화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사랑과 청춘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의 쓸쓸함을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배창호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과 더불어, 안성기와 황신혜, 전무송 등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엮어내는 삼각관계는 단순한 멜로 이상의 울림을 전달합니다
1. 줄거리 요약
1980년대 서울.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는 청년 영호(안성기)는 순수하고 다정한 감성(약간은 바보처럼 보입니다)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는 같은 학교의 연극반 동료 정아(황신혜)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정아는 도시적인 매력과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영호의 헌신적인 사랑을 가볍게 여깁니다. 정아는 오히려 반항적이고 불안정한 매력을 지닌 철민(전무송)에게 끌리게 되고, 이 셋은 엇갈린 감정 속에서 관계를 이어간다.
영호는 점차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철민은 방황을 거듭한 끝에 떠나갑니다. 정아는 결국 두 사람 중 누구도 완전히 선택하지 못한 채 고독을 안고 살아갑니다. 영호는 정아를 다시 만나게 되고, 정아는 자신이 병이 있는 것을 숨기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 영호는 결혼을 하면서 너무 좋아하게 됩니다, 결혼 생활이 매일 꿈처럼 펼쳐지지만, 그 꿈은 딸을 낳고 정아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2. 인상 깊은 장면
- "내 아이… 포기 못 해요. 당신과의 사랑으로 얻은 아이니까." - 혜린의 간절한 모성애와 사랑 (임신 중 위독한 상황에서) 장면
영민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 중 혜린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치게 됩니다. 그녀의 임신은 축복인 동시에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다가옵니다.(아마 임신 중독증?)
의사는 혜린의 생명을 위해 아이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혜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고 절규합니다. 그녀에게 아이는 단순한 핏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영민과의 사랑의 결실이며,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겨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장면은 혜린의 강인한 모성애와 영민을 향한 깊은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과거 사랑의 상처로 인해 방황했던 그녀가, 영민과의 진정한 사랑을 통해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고 어머니로서 강인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혜린의 절규는,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로서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드러냅니다. 그녀에게 아이는 단순히 자신의 일부가 아닌, 영원히 지속될 사랑의 증표이자 미래 그 자체인 것입니다.
- 텅 빈 놀이터, 홀로 남겨진 영민과 딸의 뒷모습 (영화의 마지막 장면)
혜린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영민은 홀로 남겨져 슬픔과 그리움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영민이 엄마를 쏙 빼닮은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과거 혜린과 함께 했던 놀이터를 찾아온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텅 빈 놀이터에는 그네만이 흔들리고 있고, 영민은 말없이 딸아이의 손을 잡고 혜린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굳건하지만 어딘가 슬픔이 배어 있는 뒷모습은 크나 큰 여운을 줍니다.
3. 총평 및 수상 내역
이 영화는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보다는, 서툴고 순수했던 젊은 날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어쩌면 그 당시 방황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영민과 혜린의 엇갈리는 사랑과, 그들의 주변을 둘러싼 친구들의 이야기는 1980년대 후반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비록 두 사람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함께했던 짧은 시간 속에서 나눈 순수한 감정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영민에게 혜린은, 그리고 혜린에게 영민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젊은 날의 한 페이지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경험한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오랫동안 가슴속에 잔잔한 파동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안성기), 감독상(배창호) 등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